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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감상하기

남자들에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중 한 분이 시오노 나나미씨입니다. 20대때 연상의 여성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즐거울 때가 있었습니다. 항상 그런건 아니구요. 어디로 에너지를 분출해야하는지 잘 모르면서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 어머니처럼 너무 잔소리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나의 고민을 잘 이해해주지 못하는 또래 여자아이들보다는 좀 더 깊은, 오히려 더욱 부추기는 또래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좀 더 쿨~하게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연상의 여성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즉, 대화자체가 즐거우면서 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대화지요. 시오노 나나미씨의 글을 읽으면 그런 느낌이 납니다. 그 중에서도 남자들에게라는 책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미 수십번을 읽었고, 지금도 틈틈이 읽고 있지만, 읽을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시오노 나나미!  
 

1937년 생이랍니다. 저랑 40년쯤 격차가 나는 군요. 어릴때 그리스 로마문화에 매료되어 관련 전공을 체계적으로 배운적 없이 독학으로 공부를 하면서 작품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마어마한 작품활동을 하셨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순으로

로마인 이야기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
체사레 보르자 우아한 냉혹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남자들에게
르네상스의 여인들
신의 대리인
 
등입니다. 여류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독학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독특한 느낌이 있습니다. 음~ 그 독특한 느낌이 뭐냐면 방대한 호기심입니다. 처음부터 혼자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호기심과 지적 정열이 없으면 절대 완성할 수 없는 뭔가 독특한 느낌이 있거든요. 이 분 책을 읽을때마다 꼭 조용한 맥주집에서 즐거운 농담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듭니다. 

   남자들에게!  
 


이미 예전에 한번 [일상생활/끄적거림] - 여성에게 핸드백을 사줄 수 있는 남자? 에서 인용한 적이 있는 책인데요. 이게 제 일판이 1995년에 발간된 책입니다. 참 오래 되었지요. 지금도 판매한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총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모두들 여성인 작가의 입장에서 남자들에게 폼나게 사는 남자들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뭐 적어도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책 내용중 남자 표본에 관한 연구라는 소제목의 글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작가는 멋부리는 것을 기준으로 남자를 나눠서 생각을 하는 글인데요. 그중

멋쟁이란 남녀를 불문하고 자기 과시욕이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한 눈에 멋쟁이로 볼 수 있는 남자의 자기 과시 방법은 실로 솔직하고 굴절이 적다. 다른 사람이 멋쟁이인 줄 알아 버리는 멋을 좋아하다니 귀엽지 않은가.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에게도 쉽게 굴복한다. 재능이 모자란다는 뜻이 아니라, 이렇게나 쉽게 속이 들여다보이는 남자란 여자들이 다루기가 무척 쉽다는 뜻이다. 또한 그들은 예외없이 어떤 여자들에게나 친절하다. 여자들에게 잘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친절이 아니라 친절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잘 해주는 것이지만. 그러나 여자의 대다수는 이런 남자에게 또 약하다. 여자의 본능이 이런 종류의 남자가 무해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 저는 다른 사람이 멋쟁이인 줄 알아 버리는 멋을 좋아하다니라는 구절을 보며 살짝 웃었습니다. 자기만의 스타일없이 누가 봐도 좋아보이는것은 멋이 아니라고 알려주자나요. 시오노 나나미는 저렇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상당히 직설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만, 또한 자신의 의견을 저리 살짝 둘러표현하기도 하지요.

시간이 없어서 멋부리지를 못한다는 사람이 있다. 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이런 종류의 변명에 너그러운 것 같다. 귀찮아서 멋부리지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영화도 못 보고 아니, 일에 쫓긴다는 것 자체가 당연한 변명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는 일에 바빠서 섹스조차 도통이란 소리까지 한다. 그런 남자들은 대개가 아내가 골라 준 옷을 입고 다닌다. 그런 남편을 참아내는 아내 또한 비슷할 것이다. 즉 남자를 아는 아내가 아닌 만큼 그런 여자가 고른 재미없는 것을 걸치고 다닌다는 뜻이다. 여자가 고른 남자 물건이란 어떻게 그렇게도 표가 날까.

이런 이야기는 참 많이 듣고 저도 합니다. 바빠서... 마치 바쁘다는 것이 능력있다는 말로 들리자나요.ㅋㅋ. 문득 아주 예전 여자친구와의 한 데이트가 생각나는데요. 데이트를 하기로 한 장소가 차를 타고 대략 3시간쯤 가야하는 곳이었지요. 문제는 제가 그 전날 밤을 세워 회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 피곤한 제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이리저리 끌려다닌겁니다. 전 기억도 잘 못했는데 그 후 여친 이야기가 제가 밤에 일 하느라 잠을 못잤다는 것을 데이트가 끝난 직후 어떻게하다가 알게 되었답니다. 그걸 티내지 않은 제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군요. (뭐 그후로는 다시는 피곤한 척 못하게 되었습니다만....)

   여름 끝에 피서 제안!  
 

이제 여름이 끝나갈려고 하는데요. 혹시 솔로 남성이시라면 이번 주말엔 저녁에 작은 불 하나 켜두고, 좋은 음악 살짝 깔아보고, 이 책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를 살짝 한번 읽어보세요.  그러면 꼭, 쿨~하면서, 유머러스하고, 상식의 깊이가 끝도 없는 누님과 꽤 정신건강에 도움이되는 대화를 할 수 있답니다.^^.

(PS) 글을 다 적고 책 소개용 이미지를 찾다 보니 책을 아직 판매하는군요^^. 하긴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이니 절판될 일은 아직은 없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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