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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투덜거림

국민이 외국땅에서 상처받고 있다.


몇년전 이야기들인 모양입니다만, 최근 몇몇 당시 기사들과 관련 글을 찾아보며, 슬픔을 넘어서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저와 같은 작은 개인조차도 글을 남겨 좀 더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필리핀 가정부 살인사건 조광현씨 ! 

조광현씨

 2005년 11월 25일. 필리핀에서 한국인 조광현씨가 살인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한 한국인 콘도 사업자의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던 조광현씨는 필리핀인 가정부를 살해한 협의로 체포된 것입니다. 미결수 상태에서 3년 8개월이 지나고 난 후, 수사과정에 의문을 품은 필리핀 교민들이 구명활동을 시작하면서 여론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건개요 더 자세히 알아보기] 그러다가, 회사원으로 알려진 구정서씨의 결정적 도움으로 4년 10개월만인 2010년 10월경 보석으로 풀려나게 되었고, 무죄판결을 결국 받았다고 하는 군요. 외국에서 5년을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경우입니다.

조광현씨(우)와 구명에 큰 역활을 한 구정서씨(좌). 출처 : 딴지일보

여기서 문제는 조광현씨가 죄가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필리핀에서 일하고 있는 외교당국자입니다. 조광현씨 사연이 알려지면서 당시 교민사회와 언론이 항의를 많이 했던 모양인데요.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외교통상부는 (조씨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정부의 역활이 부족했다는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주 필리핀 대사관은 조씨가 2005년 11월 체포된 이래 10여차례 영사 면담을 가졌으며, 필리핀 당국에 신속, 공정한 재판을 요청해왔다고 강조했다. 대사관 보고에 따르면 조씨로 부터 수감에 따른 애로 사항이나 부당한 대우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2010년 10월 23일. NEWSIS기사 인용 [바로가기

대사관과 외교부는 할일을 충분히 했다는 발표를 2010년에 합니다. 그러나, 조광현씨가 직접 인터뷰한 내용은 참 다릅니다.

경찰서에 구금된 조씨와 관련된 사건을 통보 받은 필리핀 주재 대사관 영사가 방문 접견을 하긴 했지만, 고문을 당한 흔적을 발견하고도 누구에게 맞았는냐는 질문만 한 후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은채 돌아갔다.
조씨는 "대사관측에서는 도와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추석명절과 설 명절 등 1년에 두 번 찾아와서는 어떻게 지내느냐며 안부를 묻는 것이 전부였다. 대사관측에 억울함을 호소하면,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 2010년 10월 9일 오마이뉴스기사 인용 [바로가기]

주필리핀한국대사관의 보고를 받았다는 외교통상부의 답변과 억울한 피해자인 조광현씨의 대답은 사뭇다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인상적인 문장이 있습니다.

외교통상부는 "원래 개인 사건에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개인사건에 국가가 지원한 사례는 유례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서경교 교수는 "법적인 판단은 당연히 해당 국가 재판부가 하는 것이지만, 정부는 자국민이 해외에서 공정하게 재판을 받도록 노력해야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보호해야 할 책임이 분명이 있다."고 말했다.
- 2010년 10월 23일 조선일보기사 인용. [조선일보를 원래 싫어하므로 지저분한 링크주소를 제 블로그에 걸 수 없음]

경찰들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당하고, 그 상처를 뻔히 보고간 영사관 직원은 외교통상부에 "조광현씨는 부당한 대우나 애로사항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라고 보고한 모양입니다. 

   필리핀에서 죽어가는 김규열 선장 ! 

김규열 선장 (출처 : 딴지일보)

필리핀 선박회사에서 선장으로 일하던 김규열씨는 필리핀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필리핀 사복 경찰에게 잡혀, 아직까지 감옥생활을 하게 된 것이 2009년 12월입니다. 조광현씨 구명에 큰 도움을 준 구정서씨에 의해 역시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죄목은 마약소지죄입니다. 2010년 8월 29일에 김규열씨는 자필 편지에서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고 있으며, 체포 및 사건 조사 과정이 조광현씨처럼 의문점이 너무 많습니다. [관련기사] 당시 50대초반이던 김규열씨는 자필 편지에서

본인은 무슨죄를 짓고 들어왔는지 40여일을 살았어도 죄명을 안 가르켜주고 알 수도 없었습니다. (중략) 가슴에 손을 얹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걸고 맹세합니다. 진심입니다. 본인이 어떻게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곳 필리핀에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도움 없었고, 어느 누구 한분도 면회를 와서 도움을 못 주고 그냥 혼자서 이대로 영영 늙어 죽을 때까지 감옥 속에서 지내야 한다는 두려움과, 이대로 생을 마치면 억울하고 본인이 두 눈을 감고 편히 세상을 뜨겠습니까.
(중략)
생필품이 없으니 맹물에 세수 빨래를 하며, 치약이 없으니 당연히 치솔질도 못하고 본인이 감방에 들어와서 세개짜의 이빨을 손으로 뽑았으며
(중략)
이 곳 감옥에는 4000여명의 죄수가 있는데 한국인은 두명입니다. 조중사(위의 조광현씨의 호칭)님도 현재 5년의 세월을 갇혀있습니다.
(중략)
본인도 본인이지만 죄가 없는 조중사님이 어서 빨리 세상 밖으로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왜? 젊으신 분을 고생시키는지요. 필리핀 법이 그렇다 한다해도 대한민국 나의 조국 국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 나몰라라 하겠습니까? 본인이나 존경하는 젊은 분 조중사님이나, 죄를 짓고 이곳 감방생활을 하면 감히 이런 글을 안올립니다. 남자답게 사나이 답게 벌을 받습니다. 죄를 짓지 않고 왜? 이렇게 살아야합니까?
- 김규열씨 자필 편지 중에서 - 

이렇게 절규하고 있습니다. 물론 위의 무죄판결을 받은 조광현씨와 달리 아직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그러나, [관련기사]에서 말하고 있듯, 필리핀의 비리 경찰들이 잘 쓰는 수법, 즉, 조광현씨가 억울하게 잡혀들어간 과정과 너무 흡사합니다. 아니 죄가 있다고 칩시다. 자기 손으로 이를 세 개나 뽑아야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더구나, 이제는 방이나 침대도 아니고, 그냥 복도에서 종이 박스를 깔고 잠들어야하고, 비타민 B 부족으로 팔 다리가 부어올라 물먹은 스펀지처럼 눌러도 회복되지 않는 상태로 방치해 두어야 할 만큼[관련기사], 그런 대접을 받아야할 만큼 대한민국은 아직 힘없는 나라란 말입니까.

여기에 블랙코메디 같은 상황이 또 우리 주 필리핀 한국대사관을 통해 벌어졌습니다. [관련기사]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지금(당시) 가장 필요한 것을 물었더니 간장과 소금이라고 한다. 나오는 것이 맨밥에 맨국 뿐이니 간장과 소금이라도 있으면 물에 타서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죄수들은 감옥에서 나온 밥을 자신의 방으로 들고가 숯이나 양념을 이용해 다시 요리해 먹는다. 물론 그 모든 과정에는 일정한 돈이 필요하지만 김규열씨는 돈도 친구도 없으니 그런 맨밥만으로 버티어 내고 있다. 조광현씨가 영양실조에 걸려 죽어갔던 것도 이 때문이다.
- 딴지일보 인용 - 

출처 : http://www.ddanzi.com/news/36481.html

이 기사가 나간 후에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외교통상부는 공문에 본인 희망시 소금, 간장 등도 지원하고 있다고 당당히 빍히고 있습니다.ㅠㅠ 왜 전 외교통상부의 저 공문에서 씁쓸한 웃음이 나올까요.

그러나 그 씁쓸한 웃음도 곧 분노로 바뀝니다. 역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외교통상부와 대사관이죠.

23일 조광현씨 석방에 결정적인 역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교포 구정서씨는 우리나라 필리핀 대사관의 행위에 치가 떨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중략)
생필품 지급도 전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잠자리 조차 제공 되지 않고 있는 등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대사관은 뒷짐만 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필리핀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다만 공정한 수사는 요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외국정부가 해야 할 일 (생필품지급 등)을 우리나라 정부가 나서 할 수는 없다"
(중략)
"필리핀 교도소에서 한국인에 대한 인권침해사례는 없으며 수감자 모두 건강상태가 양호 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  2010년 12월 24일 브레이크뉴스 - [관련기사]

우리나라 국민 보호 따위... 못하겠다는 말처럼 들리는건 저만 그런건가요. [관련글]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김규열씨와 아무관계없는 구정서씨도 우리돈 몇 천원에서 몇 만원정도를 찔러주고, 김규열씨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자기 손으로 이빨을 뽑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너무도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나타난 여러 병에 대해 약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공개되는대도, 또, 가혹한 구타행위 (이건 고문이라고 봐야겠죠)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한국인에 대한 인권침해사례는 없으며 수감자 모두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라고 말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요즘 김규열씨는 

필리핀 마닐라시 교도소에는 4000여명의 수감자가 있고 그 중 한국인은 단 한명이다. 그는 복도의 시멘트 바닥에서 박스를 덮고 자며, 종종 나라도 버린 놈이라고 무시 당한다.
- 출처 : 딴지일보 - [관련기사

이런 상황을 오늘 이 시간에도 겪고 있습니다.

   대사관은 뭐하는 곳일까 ! 

대사 혹은 영사의 임무는 무엇일까요. 인터넷의 사전의 정의를 빌리면, 자국의 무역통상이익을 도모하고, 주재국에 있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주요임무로 하는 공무원입니다. 여기서 다른나라는 뭐 어떻고, 미국도 어쩌고, 등등 선진국에서도... 이런 말 하고 싶지않습니다. 그냥 원론적인 것 하나 말하고 싶은 겁니다. 위 두분 모두, 필리핀에서 당한 일입니다. 인터넷으로 좀 찾아보면, 필리핀의 부패 경찰 문제는 심각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것이 돈으로 해결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렇다면, 반대로 돈없는 경우 당해야하는 고통도 예상가능합니다. 죄를 지었든, 짓지 않았든... 그 문제를 떠나, 자국민의 권리를 최소한이라도 방어해주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 두분은 아무도움을 받지 않았다. 폭행 고문으로 고통받았고, 정상적인 재판절차 아니.. 정상적인 수사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수감당시 혹은 현재의 생활이 너무나 힘들다고 하고 있는데 말이죠.

외교 당국자와 대사관은 노력하고 있고, 당사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발표를 하니... 저조차 분노가 생기는 것입니다. 

 

   하긴 한국땅에서조차 고통받는 우리 ! 

하긴..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에서도 슬픈일을 당합니다.

미군이 성폭행을 해도, 현행범으로 체포되지 않으면, 미군당국의 협조없이는 신병조차 확보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땅 안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죠... 제길...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0767

이번에 미국가서 최고의 국빈 대접을 받으셨을 우리 대통령께서는 우리 국민을 성폭행한 미국 병사하나 구속하지 못하는 상황은 말씀을 안하셨나 봅니다. 우리는 좀 더 괜찮은 사명감을 가진 외교관과 그 외교관을 알아보고 임명하는 대통령을 좀 더 기다려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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