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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끄적거림

그리운 사람? 아련한 10대의 기억...


오래된 편지들을 정리하다가 책 한권 수준의 두꺼운 스크랩북을 발견했습니다. 그 편지 모음들은 제가 고2때부터 병장으로 군대를 제대하던 때까지 5년간 한 사람에게 받은 편지였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문득 떠올라 또 담배한대 물고 그 편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고등학생들의 로망 - 교생선생님-!  
 

저는 남자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당연히 남자고등학교에는 이~쁜 선생님이 인기 있겠죠? ㅎㅎㅎ 아닙니다. 인기없습니다. 왜냐면 이쁜 선생님이 없기 때문입니다.(ㅜ.ㅜ). 그러던 우리가 고2가 되었을때 학교를 뒤집는 일이 생기는데 바로 교생선생님들이 대거 학교에 출몰한 것입니다.ㅋㅋ. 그분들 중 저희 반에도 한 분 오셨더랬지요...^^  그것도 아리따운 여자 교생선생님이셨더랬지요.

저는 그 당시 반장이어서 그 분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뭐~ 사춘기 소년의 마음이 한 없이 부풀어 오른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제가 [일상생활/문화생활] - 남자들에게에서 대화가 즐거운 누나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했었는데요. 아마 그 당시 생긴 버릇일 겁니다. 

   사건이 없으면 인생이 아니지요~~~!  
 

그러나 아름답기만 하면 뭐 그게 인간의 삶이라고 하겠습니까...^^ 우리 반 아이들과 교생선생님들 사이의 문제가 생겼지요. 물론 남학생들과 여교생선생님사이의 문제지만요. 당연히 호기심 많은 남자아이들의 여러장난이 시작됩니다. 실내화에 거울붙이고 치마 밑에 넣기, 질문하면서 살짝 가슴 훔쳐보기 등등.... 반 아이들의 이와 같은 장난들이 심해질 수록 저 역시 몹시 슬퍼집니다.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제가 나서서 그만하라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장난치던 아이들과 싸움이 나고 제가 멋지게 이기는 ... 이런 아름다운 상황은 기대할 수가 없지요.ㅜ.ㅜ. 그런데 밝힐 수 없는 좀더 심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이들의 장난이 살짝 심해지고...
교생선생님은 그 눈에 눈물이 고여 글썽글썽거리다가 뛰쳐 나가는...

일이 생긴 것이지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장으로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머리속에 가득차고, 교생선생님에 대한 연민에 또한 이성적 사고가 살짝 마비되고... 그렇다고 저 수많은 아이들을 한 주먹에 눕힐 자신은 더욱 없고... 그러나 이번일만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라는 위기감이 너무도 크게 저의 사고능력을 지배해버렸지요.
 
그래서 10대 남자아이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행동을 전 합니다. 바로 담임 선생님께 고자질하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10대 아이들의 장난정도로 그 교생선생님도 몇일쯤 지나면 잊을 만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엔 이성적 사고가 좀 좁아져 있었다는.... 

담임선생님에게 할 말 다하고 전 교생대기실로 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살짝 멍한 표정으로 그냥 벽을 보고 계시더군요. 정말 어렵게 망설이다가... 정말 멋지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냥... 죄송합니다... 한 마디를 했습니다. 그런데 뭐가 재미있었는지... 살짝 웃으시더군요...


그 사건 후에 전 꽤 많은 친구를 잃어버렸습니다.ㅜ.ㅜ. 고자질 같은 것은 초등학교때 남자애들이 괴롭힌다고 여자애들이나 울면서 선생님한테 가는 거라고 생각하던 그 10대 아이들의 생각에 전... 확실히 ...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살짝 넘어주었던 거지요. 그러나 뭐 남은 1년반의 고등학교 생활은 벽보고 생활하는 외로움의 연속이었지만..ㅜ.ㅜ 절대 잊을 수 없는 좋은 친구를 얻게 됩니다. 

   소중한 친구...!  
 

그 사건 후로, 교생실습기간이 끝난 그 분과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그 편지쓰기가 계속되면서 상당히 제 감수성이 풍부해지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렇게 놀면서도 편지쓰기는 잊지 않았고...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나 만난적은 3번?^^ 서울과 창원이라는 거리의 벽은 무너뜨리기 힘들더군요^^. 그러나 꼭 매일 만난 사람 같았습니다. 그 편지 주고 받기는 제가 제대할때쯤... 그 분의 결혼과 함께 중단 되었지요. 몇번 전화는 주고 받았습니다만... 역시 아무리 남녀간의 감정이 실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혼한 분과의 편지나 대화는 힘들더군요^^

 

군대에서 받은 편지들 중에 저 짧은 편지가 웃음을 주네요. 짧은것에 비하면 하루에도 몇번을 봤거든요. 제가 딱 12월31일에 제대했는데 저 달력 편지를 1월 초에 받았거든요. 당연히 제 관물대에 떡~ 하니 붙여놓고... 제대하는 그날을 매일매일 기다렸지요^^

 
저 편지가 마지막 편지입니다. 결국 그 분과 바다는 같이 가보질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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